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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모니알레] 모니아의 일기9

[모니알레] 모니아의 일기 7화 신성력 3898년 3월 28일 날씨: 구름 조금. 벌써 내일이 개학이다. 지난 6일 동안 일기를 쓰지 못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. 긍정적인 말로 바꿔서 말하자면, 그토록 바라던 사관학교 생활이 시작된다는 뜻! 솔직히 말하면, 이 일기를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 들떠서 방방 뛰고 싶다!  고등보통학교 시절과 다른 점은, 이 곳 사관학교에선 모든 수업이 내가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는 점, 그리고 교과서를 전부 내 돈으로 내가 사야 한다는 점이었다.  정말 아찔하다.  다행스럽게도 나는 전액 장학생이기에 교과서를 사고 비용을 청구하면 됐다. 그런데, 마법학 도서들의 비용은...무시무시했다. 만약 내가 장학금을 받지 못 했더라면...입학을 포기했어야 할 정도로.  내일부터 시작되는 일과표는 상당히 엄격하다.. 2024. 11. 21.
[모니알레] 모니아의 일기 6화 날짜: 신성력 3898년 3월 22일 날씨: 화창 마침내, 기다리고 기다리던 룸메이트가 왔다. 사실, 조금 긴장되고 떨린다. 애초에 나를 제외하고 가족을 포함한 다른 사람과 같이 방을 쓴다는 것이 내 인생 처음이기 떄문이리라. 룸메이트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. 제국 동부 출신들의 특징인 새하얀 피부는 백설마냥 고왔으며, 매우 특이한 청백색의 모발은 길게 길러 신비로운 인상을 주었다. 한 가지 이질적인 것이 있다면 그건 그녀의 눈동자. 마치 별을 품은 듯 빛나는 눈동자는 대마법사 가문 출신인 자신조차 들어보지 못 했던 기이한 것이었다.  몇 마디 자기소개를 나누고 통성명을 주고받은 후 알게 된 그의 이름은 레지아 노스트레 반 드레암. 내 기억이 맞다면, 그녀는 이곳 왕립사관학교의 부지를 제공한 이곳의 지.. 2024. 11. 20.
[모니알레] 모니아의 일기 5화 날짜: 신성력 3898년 3월 20일 날씨: 기온이 조금씩 올라간다. 화창함. 학교가 개학에 점점 다가오며 학생들이 점점 늘어났다. 며칠 전에도 언급했지만, 이곳의 기숙사는 2인실. 따라서 지금은 혼자 쓰는 내 방에도 언젠가 누군가 들어오겠지? 하지만 아직 나와 방을 같이 쓸 학생은 나타나지 않았다. 어쩌면, 나타나지 않을 지 모른다. 그러면 넓은 집을 나 혼자 쓸 수 있어 매우 기쁠 것이다. 마지막 일기를 썼던 16일과 오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나와 알렉세이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. 지난 사흘 동안 알렉세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. 정식으로 하는 자기소개부터 과거사와 각자의 취미생활까지. 2일에 처음 마주쳤을 때 있었던 고백 공격 사건을 떠올리면 수치심에 여전히 위장이 시큰시큰 아파왔지만, 서로.. 2024. 11. 18.
[모니알레] 모니아의 일기 4화 신성력 3898년 3월 16일 날씨: 청명한 가운데 구름 조금. '어제의 그 일'이 있고 나서 꼬박 하루를 두문불출했다. 왜냐고? 당연히 '그 녀석'과 마주치기 싫었으니까. 아니, 상식적으로 그렇게 고백공격을 당했는데 나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왔으면 한다. 내가 거하게 밥 한끼 사줄 테니까! 하지만 나의 의지도 내 위장의 식사를 향한 욕구를 이기진 못 했다. 다들 식단 조절 등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, 이 '배고픔'이란 존재는 천하장사도 견디기 어려운 것임을 잘 알 것이다. 너무 힘이 없어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으니까.  어찌저찌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은 후 기숙사의 방문을 미세하게 열고 그 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요리조리 둘러보았지만, 다행스럽게도 그 친구는 내 기숙사의 .. 2024. 11. 17.
[모니알레] 모니아의 일기 3화 신성력 3898년 3월 14일. 날씨: 강설 그동안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편히 쉬고 있던 내게 뜬금없이 불청객이 찾아왔다. 그의 이름은 알렉세이 스카라모프. 이름부터 제국 서부에서 듣던 이름과는 사뭇 다른, 그런 특이한 이름이었다. 그런 이름처럼 그 아이도...조금은 지나치게 열정적인 듯 했다. 오늘 있었던 일을 단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. "저랑 사귀어주세요!" 맞게 들었는지 귀가 의심스러웠다. 내가 꿈을 꾸는 건가 싶어 멍청하게 내 뺨을 찰싹 때렸을 정도로. 하지만 그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. 솔직히 그 아이는 내 취향이 아닐 뿐더러, 신사로서의 교양은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. 피부는 어디 아픈 듯 창백한 백짓장과 같았고, 반곱슬 상태의 청백색의 모발은 마구 헝클어져 있었다. 그나마 .. 2024. 11. 16.
[모니알레] 모니아의 일기 2 신성력 3898년 3월 2일. 날씨: 매우 청명하고 바람이 거세게 분다. 어제까지만 해도 날이 풀릴 줄 알았다. 하지만 그건 동부의 추위를 얕본 내 오산이었다. 내가 살던 서부의 3월은 이렇지 않았다. 3월이면 날이 풀리는 걸 넘어 앞으로 다가올 여름을 준비해야하는, 일 년 중 제일 날씨가 좋은 날이었다. 하지만, 찾아보니 이곳의 3월은 겨울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같다. 이런 망할. 이 사실을 모르던 아침의 나는 하늘에 화창하게 뜬 해만 보고 기세 좋게 밖으로 나갔다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그대로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. 이놈의 날씨, 언제 풀릴까? 정말이지, 실내에 체력단련실이 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해지는 하루였다. 우여곡절 끝에 체력단련이 끝나고, 간단하게 고기가 들어간 파.. 2024. 11. 14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