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모니알레] 모니아의 일기 3화
신성력 3898년 3월 14일. 날씨: 강설
그동안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편히 쉬고 있던 내게 뜬금없이 불청객이 찾아왔다. 그의 이름은 알렉세이 스카라모프. 이름부터 제국 서부에서 듣던 이름과는 사뭇 다른, 그런 특이한 이름이었다. 그런 이름처럼 그 아이도...조금은 지나치게 열정적인 듯 했다. 오늘 있었던 일을 단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.
"저랑 사귀어주세요!"
맞게 들었는지 귀가 의심스러웠다. 내가 꿈을 꾸는 건가 싶어 멍청하게 내 뺨을 찰싹 때렸을 정도로. 하지만 그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. 솔직히 그 아이는 내 취향이 아닐 뿐더러, 신사로서의 교양은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. 피부는 어디 아픈 듯 창백한 백짓장과 같았고, 반곱슬 상태의 청백색의 모발은 마구 헝클어져 있었다. 그나마 모발이 제일 무난해 보였지만, 그게 전부였다.
만약 누군가 내 일기를 읽고 - 그럴 리가 저얼대 없겠지만 - 궁금해 할까 미리 적는다.
나는 그 아이를 만난 적도 없고, 알지도 못 한다.
애초에 내 고향은 저 멀리 제국의 서부에 위치한 한 시골 도시였고, 이 아이의 고향은 제국 남부의 뤼데니아라는 대도시였으니까.
이번에 타고 온 마차에도 부모님이 함께 온 걸로 보아 나같은 콩가루 집안의 고통은 더더욱 알지 못 할 것이니. 어찌 보면 질투라고 누군가 폄하할지도 모른다. 그런 말을 하는 놈들의 입을 다 꿰매주겠다.
후우. 그 고백장소에 나만 있었으면 모를까, 다른 교직원들과 그 아이의 부모님까지 있었는데. 미치겠다. 부끄럽고 화가 난다. 일기를 쓰면 쓸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니까 오늘은 이만 줄여야겠다.
진짜, 죽여버릴까...